카테고리 없음

アソビニキテ

salgii 2022. 9. 30. 02:41


https://youtu.be/tobdBqB5aEc

*2000년대 초 도쿄배경





하라주쿠 캣스트리트엔 미노상이 산다.



미노상은 간판도 없는 지하 미용실에서 빠마 빼고 다했다. 내 비록 빠마는 못하지만 커트만큼은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스스로 자만했다. 커트는 몰라도 고데기 다루는 솜씨는 제법이어서 마담들이 아주 흡족해하곤 했다. 그래서 싸가지 없는 미노상, 영혼없이 엉엉 아리가또 아리가또 엉엉 다이조부 다이조부- 존나 영혼 없는 얼굴로 카와이네- 하기 다반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나쨩은 그를 6개월째 꼬박꼬박 월급을 주며 두고 봤다. 반반한 이케맨st 얼굴이 유행의 중심 하라주쿠에서 꽤나 먹어줬다. 유명 엔터에서 명함도 줬었는데 av배우 양성 엔터여서 미노상은 지랄시나이데 하며 그 자리에서 명함을 좍좍 찢었다.



잘생긴 하라주쿠의 명물 주황머리 이케맨 미노상은 낮에는 담배마냥 막대사탕을 물고 하마사키 아유미 노래가 흘러나오는 캣스트리트 거리를 활보하다가 오후 8시가 되면 일하러 꼬박꼬박 성실하게 지하미용실 브루크랍(blue club)으로 불량하게 출근했다. 왜 저녁에 출근하느냐 하면 미노상이 담당하는 손님들이 주로 그때쯤 출근하는 세쿠캬바걸들이기 때문이다. 간혹 소프랜드에 출근하는 아와히메들도 있었다.



미노상은 새벽까지 사나쨩이랑 다른 새끼직원 2명이랑(둘다 일본인이라 별로 안 친함) 캬바걸들의 머리를 만지고 볶고 얼굴에 분칠을 해주고 돌리윙크 속눈썹을 붙여줬다. 속눈썹 5센치인 깔랑한 갸루언니들이 나가기 전에 미노상~마따네 하며 손키스를 날리면 미노상도 응 아냐~ 하고 응수했다. 그럼 유일하게 한국어 패치 마스터한 사나쨩이 미노상의 뒤통수를 갈겼다.



마 니 도란나.

아아 사나쨩 아파요. 이따이따!



항상 친절하게 해라. 아니면 니 눈깔 먹물 쪽쪽 빨아서 야쿠자한테 팔아넘긴데이. 와캇따?



하잇 아네외 명심하겠습니다.

하잇 간바리마숑.



사나쨩의 윙크에 미노상은 무서워서 오금이 저렸다.

사나쨩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오사카 일대를 주름 잡던 야쿠자 bdz(불도저) 멤바 중 하나였다. 그래서 세상 무서운 게 빚 빼곤 없던 미노상도 사나쨩 앞에선 무조건 개처럼 사리고 까불고 사렸다. 한국 드라마와 예능으로 한국말 올마스타한 사나쨩 앞에선 한국 욕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사나쨩은 한국어를 황산벌로 처음 배워서 제법 살벌한 한국어를 구사했다. 맘만 먹으면 미노상보다 찰지게 욕할 수도 있었다. 어디 욕만 잘하는가. 도톤부리 하나비(불꽃)주먹답게 손도 매웠다. 사나쨩에게 시도때도 없이 당한 넥슬라이스에 미노상의 뒷목은 멍들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노상이 사나쨩에게 갖은 욕과 온갖 맴매퍼레이드를 당하고도 굳이굳이 블루클럽에 계속 몸을 붙이고 있는 이유는, 한 캬바걸이 민호보고 조센징치고 제법이네 하며 깔깔 거리자 사나쨩이 다짜고짜 쪼개는 단골캬바걸의 뺨부터 갈겼기 때문이었다. 민호가 헛소리할 때 갈기던 손보다 더 날카롭고 차갑고 빡세게. 그래서 한 달에 2번 이곳저곳 전전하던 떠돌이 민호, 미노상은 6개월째 통풍도 제대로 안 되는 이 블루클럽에 군말 없이 매일매일 출근했다.









새벽 5시에 퇴근한 민호는 8시간을 자고 일어나 면도부터 한다. 면도를 거르는 날이면 사나쨩이 보이는 털의 수만큼 월급을 깎는다고 협박을 했기 때문에 딴 건 몰라도 면도만큼은 아주 열심히 했다. 근데 가위질은 신들린 듯이 하면서 면도질은 서툰 우리 미노상, 맨날 턱에 생채기를 달고 다닌다.



면도를 하고 츠바키 샴푸로 씻고 레자바지 쫙 빼입고 드림캐쳐모양 피어싱을 끼고 대충 왁스칠한 머리를 하곤 비닐 봉다리에 고양이 사료 퍼담아 좁은 아파트에서 매일같이 나서는 게 민호, 미노상의 하루일과 시작. 첫 끼니는 주로 편의점 벤또로 해결하거나 오코노미야끼집으로 향한다.



첫 끼부터 오코노미야키는 좀 과한 감이 없지 않지만 거기 가면 서창빈이 이상한 삼각형 모자 쓴 게 웃겨서 민호는 한바탕 웃으러 굳이 갔다.



이럇샤이마셋! 악 시발 형 또 왔냐.

안녕 비니쨩.

제발 그딴 식으로 부르지 마라 형. 황현진도 자꾸 그 지랄해서 내가 아주 노이로제 걸리겠어. 그리고 그만 좀 오면 안 돼?

응 베이컨이랑 야끼소바도 추가~ 오네가이.

형 내 말 또 안 듣지?

강코쿠고 와카리마셍

하 형 진짜 시발새끼데스



그러면서 착한 창빈인 민호 몫의 오코노미야키에다 지정량 보다 더 많은 베이컨을 부었다. 창빈인 이렇게 툴툴대며 다정했고 안 그런 척 하면서 친절했다. 민호가 처음 하라주쿠에 정착했을 때, 같은 한국인이라고 먼저 말 붙여주고 챙겨줬다. 창빈이 덕에 다른 한국 친구도 소개 받았다. 시부야 메가돈키호테에서 일하는 황현진과도 그렇게 인연이 닿았다.



민호랑 안면을 튼 황현진은 파트타임 끝나는 족족 블루클럽에 들러 헤어스프레이로 머리를 단장하고 면봉으로 피어싱 구멍을 청소했다. 민호가 좀 가라고 해도 쫄면서 할 거 다하고 리퀴드 블러셔 하나 주머니에 넣곤 사라졌다. 썅럼아 너 그거 안 돌려주면 또 시루콧토솜 무는 수가 있어 하며 커팅 가위 들고 협박해도 이틀에 한번 블루클럽에 출석했다. 사나쨩은 현진이 자기 가게를 휩쓸고 가도 별말 안 했다. 오사카에서 살 때 키우던 페럿 토토쿤을 닮았기 때문이란다.



아 사나쨩 좀 뭐라고 해요.

나니? 뭘 뭐라고 해.

저거 엄연히 영업방해에 싹퉁바가지가 없잖아요.



그런 걸로 따지면 너부터 자르고 봤어야 했다며 으르렁 거리는 사나쨩에 민호는 그저 닥칠 수 밖에 없었다.



현진쨩 먼 곳에서 와서 외로워서 그래. 사람은 외로울수록 치장하고 단장하며 오샤레하게 꾸며야해. 라고 하며 사나쨩은 황현진을 동정했다. 아닌데. 저거 김승민인가 김승몬가 게이오대학 다니는 유학생도련님 꼬시려고 저러는 건데. 게이오대학은 게이투성이네 완전 닉값하네. 라고 생각하며 사나쨩의 눈살에 그저 아가리 썃다운할 수밖에 없는 민호였다.



좌우지간 서로 만나면 욕부터 하기 바쁜 셋은 가끔 서창빈네 멘션(황현진은 쉐어하우스에서 살고 이민호네 아파트는 너무 비좁았다)에서 김치찌개도 끓여먹고 김치볶음밥도 해먹고 김치로 아주 뽕을 뽑았다. 후식으로 떡볶이도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동전맛이 났다). 그렇게 퍼먹곤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며 창빈이 어디서 구해온 한국 소주를 진탕 마시곤 플라이 투더 스카이 노래에 맞춰 열창하다 이웃한테 클라임 오기 일수였다.

그렇게 굳이 만나서 미운 정 고운 정을 다졌다. 같은 언어를 쓰고 김치의 얼큰한 맛을 찾고 플라이투더 스카이 노래를 들으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하라주쿠의 이방인 세 명에겐 상당히 소중했다.







***







민호에겐 소소한 취미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퇴근하고 새벽 캣스트리트를 거닐면서 챙겨온 고양이 사료를 블루클럽에서 꽁쳐온 염색볼에다가 부어 핸젤과 그레탤 처럼 갖다 놓는 것이었다. 쿠도 시즈카 노래를 흥얼거리며 사료 알알을 그릇에 붓고 온 마음을 다해 고양이들의 행복을 빌었다. 이민호가 유일하게 천사 같아지는 바로 이 순간. 신축성 없는 레자바지 땜에 불편해도 굳이 쪼그려 앉아 사료 먹는 고양이들을 저만치서 구경하다가 갔다.



맛있는가?



그려 사이좋게 많이 먹어라 이 천사들.



볼 때마다 사랑스러운 녀석들 같으니. 인류애가 샘솟는다. 이런 캣러버 민호에게 요즘 고민이 생겼다.



저번 주부터 민호가 꽁쳐온 염색볼이 다 엎어져 사료가 다 바닥에 구르고 있었다. 처음엔 고양이들이 뛰다가 엎은 줄로만 알았건만 볼 안에 담배꽁초까지 있는 걸 발견한 후론 이건 필시 어떤 썅럼들의 고의적인 짓이란 걸 깨닫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떤 개호로잡놈인진 모르겠지만 잡히기만 해봐. 진짜 죽여. 난 죽인다했어. 라고 다짐한 미친 애묘가 민호는 그날 휴무인데도 불구하고 잠을 포기하고 새벽 3시까지만 잠복하기로 다짐한다.



사탕을 빨며 지루하게 모바일 태고의 달인을 하며 골목 안쪽에 고개만 내놓은 채 망을 봤다. 그러나 새벽 1시가 되도록 놀랍게도 고양이의 밥그릇 같은 걸 건드리는 놈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썅럼들 내가 오늘은 꼭 족쳐야하는데 하고 생각할 때쯤, 가로등 사이로 인영이 하나 보였다. 앳되어 보이는 마른 소년의 형상이었다.



민호는 숨을 죽이고 족칠 준비만땅인 상태로 낯선이를 관찰했다. 밥그릇 엎는 순간 니 면상도 아스팔트랑 씨게 뽀뽀하게 해주마. 라고 생각할 때쯤, 그 놈은 쭈구려 앉아 고양이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캔을 꺼내 민호의 염색볼에 붓는 것이었다. 민호는 혼쭐을 내기 위해 발을 1보 앞으로 뻗었다가 도로 집어넣으며 일어섰다. 별거 아녔군. 걍 집 가서 잠이나 처자야겠다. 아 가는 길에 편의점 들러서 가리가리아이스크리무나 사가야지 하고 산뜻하게 생각할 때쯤 별안간 뒤에서 퍽-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본어)못생기고 거지같은 게 왜 또 여기 있고 지랄이야

.....

(일본어)얘 또 쫄았나봐. 야 바보야. 죽어.



뭔가 했더니 어디서 소가 핥은 듯한 머리의 웬투머니나놈들이 아까 소년을 상대로 일진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5명이서 아까 그 천사(고양이 좋아하면 다 천사라는 게 이민호의 지론)를 둘러싸고 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일본어로 깔깔거렸다. 한대 맞은 소년은 아픈지 맞은 뒤통수를 살살 쓰다듬었다. 5명이서 가오 떨어지게 저게 뭔 짓이고. 저 강약약강 새끼들. 얘야 힘내라 원래 세상은 정글 같아서 약자는 잡아먹힌단다. 치얼업. 민호는 소년의 건투를 빌며 자리를 뜨려고 했다.



조센징은 맞아도 싸니깐 www







뜨려고 했는데.



그 세 글자에 야마가 확 돌아버리는거여. 얼씨구? 징징징 지긋하다 존나. 뭔 일제강점기도 아니고 지금. 나도 예의상 쪽바리라고 안 하는데 이 쪽바리 새끼들아.



정신차려보니 민호는 뒤에 소년을 두고 5명 앞에 서있었다. 생각보다 본능적으로 행동이 앞선 민호는 그제 서야 저가 좆됐음을 느꼈다. 웬투머니나 머리를 한 호빠일진 놈들의 두꺼운 갸루 메이크업이나 관찰했다. 아따 두껍게도 발랐다잉. 모공자국 다 보이네. 저건 파우더 처바르면 더 두드러지는데 알못놈들. 이 상황에서 쓸데없이 직업정신 발동되는 민호였다.

난다 고래? 하며 조소하는 웬투머니 일진들에게 민호가 소리쳤다.







“하하 안녕? 난 어디든 비행할 수 있는 청소년(아 시벌탱. 이게 아닌데)”

“???”

"....."

"....."

“그 그렇다고 비행청소년은 아냐 다 .. 하 시이발(마른세수).”

“(일본어) 뭔데 이건 뭐라는 건데?”



사실 미노상은 꽤나 날라리 이케맨st 얼굴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담배도 못하고 술도 잘 못하고 빠칭코도 못하고 당연히 싸움도 잘 못하는 찔랭이었다. 사실 그는 기갈만 이빠이에다 입만 거칠게 잘 털었지 사실 싸움 같은 거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좆밥이었던 것이다.



웬투머니나 무리 중 젤 무섭게 생긴 놈이 물고 있던 면도칼을 뱉으며 난다 고래? 할 때, 오금이 저리고 얼어붙어버린 미노상이었다. 근데 여기서 저 애새끼 두고 가면 가오 떨어지니깐. 나는 어른이고 어른은 아이를 지켜야할 의무가 있고. 또 괜히 저 촉촉한 동공이랑 입매가 한국에서 키우던 고양이 순이도 생각나고 시벌.



모가지가 플라이투더스카이 할때 쯤 언젠가 황현진한테 들었던 말이 퍼뜩 생각나는 것이었다.



일본애들 쎈 발음 무서워해.

그게 뭔소리여

막 ㅉ ㄸ ㄲ 같은 된소리 있잖아. 그거 졸라 무서워함.







그래서 민호는 일단 내뱉고 봤다.







“뭐이 씨발쌔끼들아 욕이라곤 빠가 쿠쏘 밖에 못하는 개찐따새끼들 주제에”

“빠..빠가? 오마에”

“오마에 뭐 씨빨 쌰따마우스! 하나도 안 무섭다 이 찐따찌질이개밥버러지새끼들아 나의 이 현란한 된소리 폭격에 아주 오금이 살살 저리지? 이 씹사꾸평신 새끼들 짬뽕 짜짱면 뚱똥딹 띨치새끼들아 이렇게 어? 귀여운찐따새끼 건드리고 하면 좋냐? 그것도 다섯명이서 에라이 까오도 없는 띨빡충들 어? 야발롬들 퉤 꺼져 썅.”

“......”

“그리고 씨빨새끼들 그 좆같은 얼굴로 무슨 호빠를 하겠다고 피부는 이게 사람피부야 아스팔트야 씨빨 무슨 모공사이로 파데 존나 집합했네 좆만이 새끼들 다린 왤케 짧냐. 좆이 아스팔트에 끌리겠다 걍 좆으로 워킹해. 이 충격과 공포의 거지깽깽이들 어떤 미친 누님들이 너네한테 돈을 쓰겠냐 아 썅 근데 뭐? 얘가 못생겨? 얼씨구 거울은 장식인가 봐요

이 썩창 보이즈들.”







아이고 숨차다. 민호는 아웃사이더 마냥 재빠른 속도로 내뱉고 심호흡을 했다. 와 이거 1년 치 욕 다 쏟아부었더니(아님. 이틀 치임)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묘하게 개운한 걸? 요 산뜻한 기분. 아주 좋아. 별안간 된소리 폭격기에 굳어버린 5명의 웬투머니나호빠보이들을 두고 민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부채를 부채질을 했다. 근데 부채를 꺼낸다는 게 습관적으로 레자바지 뒷춤에 (직업병땜에) 꽂혀있던 가위를 꺼내버린 것이었다. 마치 한국 초인기아이돌 straykids 의 최고 히트곡 miroh의 run through the 미로 라이크어 비스트비슽 안무마냥 가위를 거칠게 흔들어버린 민호에 웬투머니보이즈들이 기겁을 했다. 야메로! 모 야메룽다하며 다리 풀린 웬투보이들을 보며 의도치 않게 살해협박을 해버린 민호는 뒷머릴 긁으며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각인시켜주자 싶었다. 민호는 뒤에 소년을 가리키며 목을 가다듬었다.



“와따시 미노상. 너네 또 코노 카와이 소년 건드리면”

“.....”

“요 가위로 사시미 떠주겠어. 꺼져 짭쟈니스같은 머리를 한 미개한 웬투머니나 썀빵썀빵놈들아. 한 번 더 눈에 띄면 아주 당고머리를 묶듯 야무지고 섬세하게 대가리를 갈겨주겠다. 썩 꺼지도록.”

“미미친놈 니게로!(도망치잔뜻)”

얼레벌레 꽁무니 빠지게 도망치는 놈들을 보며 민호는 주저앉았다. 아 시발 조온나 무서웠다...







“아노...”

“어머나 시벌 깜짝이야. 아이고. 하하 내가 잊고 있었네. 다이조부?”

“(한국말) 감사해요. 진짜 고마워요.”

“엥 너 한국인이냐?”





조센징이란 소리에 빡돌았던걸 까맣게 잊어버린 민호의 말에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쭈뼛거렸다.



“미노상 고마워요.”

“아녀... 근데 너 내 이름 어케 아냐.”

“방금 미노상이랬잖아요.”

“아 그치 그래. 너는 이름 뭔데.”

“필릭스라고들 불러요. 호스트바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요.”



글쿤. 필릭스. 특이하네. 민호는 필릭스의 올이 나간 셔츠를 보며 말했다.



“쟤네가 평소에도 괴롭혀?”

“가끔? 저 못생기고 촌스럽다고 다들 별로 안 좋아해요.”

“걔네가 할 말은 아니던데.”

그리고 너 안 못생겼는데. 민호는 그제 서야 필릭스의 얼굴을 한참 뜯어봤다. 더벅머리에다 요상한 갸루메이크업이 번져 촌빨 날리는 스타일링을 해서 그렇지 이목구비가 오밀조밀 귀여운 스타일인데. 걍 머리랑 화장이 존나 문젠 것 같은데. 아 얘 근데,



“탈색 존나 잘 어울리겠는데? 야 너 탈색하자.”

“네?”

“돈 안 받을게. 나 탈색 연습해봐야 하거든? 너 나 따라와.”



어미고양이가 아깽이 뒷덜미 물고 가듯 민호는 필릭스의 팔을 끌고 곧장 블루클럽으로 향했다. 사나쨩이 뭐야 왜왔어? 얜 또 누구야 하는 말에 대충 실습할거예요 라고 얼버무리고 필릭스의 어깨에 가운을 둘렀다.

탈색약을 죽 짜는 모양새를 필릭스가 흥미롭게 지켜봤다.



“저는 파랑색이 좋아요.”

“응 파랑색 안 할 거야.”

“제 머리인걸요.”

“내가 이거 공짜로 해주는 거야. 너 어디서 못생겼단 소리 듣는 거 빡쳐서. 그러니 군말 말고 받으라.”



필릭스는 너무해용 하면서 얌전히 민호의 손에 머리카락을 맡겼다. 점점 노랗게 변하는 머리색을 보며 필릭스가 입을 열었다.



“미노상이 새벽에 고양이 밥 주러 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몇 번 봤거든요.”

“뭐? 너 스토커야?”

“그런 게 아니고... 아키짱이 임신을 했어요.”

“뭐?”

그 갈색 검정색 점박이 고양이 있잖아요. 걔 무늬가 가을의 낙엽무늬 같아서 아키쨩이에요. 알지알지 점박이. 그래서 요즘 배가 나왔었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돼지라고 놀렸네. 민호가 탈색약을 바르는 손길이 거칠지만 따뜻해서 필릭스는 조금 노곤해졌다.



아키쨩 힘들까봐 새벽에 일 없는 틈 나가서 몰래 갔는데 항상 미노상이 있더라구요. 저 스토커 같은 거 아니에요. 항의하는 듯한 병아리의 표정으로 말하는 필릭스가 좀 웃겨서 민호는 필릭스의 머리를 감겨주면서 웃었다. 그러자 필릭스도 퍄하하하 웃었다.



“왜 쪼개냐.”

“그냥요 미노상 잘생겼어요.”

“그래? 그래 많이 감상하고 많이 웃어두렴. 언제 쌉칠 지 모르는 게 기분이니깐.”



필릭스는 뭐가 기분 좋은지 계속 웃으며 민호의 화려한 가위질을 구경했다. 머리가 완성되고 민호는 필릭스의 피부를 덮은 두꺼운 밀가루 메이크업을 클렌징티슈로 지웠다. 야 이걸로 타코야키 구워도 되겠다. 뭐 이렇게 두꺼워? 존나 이렇게 생겨선 왜 이딴 식으로 하고 다니니? 필릭스는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제 주근깨가 더럽대요. 그래? 걔네 면상이 더 더럽다고 해 미친놈들 하라주쿠에 사는 주제에 촌빨 날리네.



“제 주근깨 안 더러워요?”

하며 자기 눈 밑에 박힌 깨 같은 주근깨를 만지며 필릭스가 물었다. 살살 만지는 그 모습에 민호는 순간 심장이 뛰었다. 고양이 수염 자국 같고 귀여운데. 차마 이 말은 간지러워 못하고 큼큼 거렸다.



“전혀.”

“진짜요?”

“주근깨도 매력이야. 빠리 알아? 프랑스 빠리. 거기 사람들은 일부러 그린다더라 아침마다. 거긴 너 같은 피부가 유행이야. 하라주쿠놈들 촌티 나게시리. 알지도 못하면서 깝치기는."

“.... 매력.”



저 그런 말 태어나서 처음 들어요. 눈을 내리까는 필릭스의 모습에 민호는 갑작스럽게 저가 쑥스러워졌다. 뭔... 눈이나 감아 샤도우 바를 거니깐. 쟈니스 아이도루 처럼 만들어줄게 . 똑바로 고개 들어봐. 툴툴거리며 눈을 감겼다. 핑크색 섀도우를 칠하고 립글로스까지 발라준 뒤 손가락 스내핑으로 필릭스를 깨웠다. 야 이것 봐. 어때. 와씨.



“야 너 지금 존나 예쁘다.”



필릭스는 눈을 비비고 멍하게 거울을 바라봤다. 은발에 하얀 마스카라를 바르고 입술이 붉은 자신을. 항상 진한 아이라인에 돌리윙크 1번 속눈썹만 붙이고 입술은 누드톤만 바르던 촌티 나는 세미갸루 필릭스 리는 가고 없었다. 와 미노상... 아니키... 아니키의 실력은 진심으로 하늘이에요.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요.”

“니가 봐도 존나 잘생겼지? 완전 팝틴 모델 그 자체지?”

“네”

“얼씨구 빠른 인정 봐라. 야 너 나중에 혹여 라도 팝틴모델 캐스팅되면 이 미노상을 잊으면 안 된다 알겄냐.”

“네 아니키”

“그 좆같은 갸루메이크업 좀 하지 말고. 좆같은 속눈썹 좀 떼고 시발 무슨 고스족나방이 눈에 앉은 줄 알았네.”

“명심 할게요 아니키”

“넌 하얀 마스카라나 발라. “

어차피 너 말고 어울릴 사람 없으니깐 너 가져. 민호는 하얀 마스카라통을 건넸다. 필릭스는 소중하게 마스카라통을 두 손으로 받았다.



“그리고 뿌리 자라면 또 와. 리터칭해줄 테니깐.”

“뿌리 안자라도, 또 놀러 와도 돼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묻는 순수한 얼굴에 민호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려. 니 맘대로 해. 놀러와.



신이 난 필릭스는 내일도 새벽에 아키쨩한테 밥 주고 미노상 보러 갈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곤 주섬주섬 뭘 꺼내 민호의 턱에 붙였다. 뭐야 이거. 뭐냐. 심드렁하게 묻자 필릭스가 수플레팬케이크처럼 눈을 접으며 웃었다. 하얀 속눈썹이 팔랑거렸다.



“미노상 턱 볼 때마다 아플 것 같아서.”



민호의 턱엔 헬로키티 밴드가 달랑거렸다.



그럼 안녕 고마워용하고 필릭스는 유유히 사라졌다. 나가는 풍경소리를 들으며 민호는 진이 빠진 몸을 의자 위에 뉘었다. 앞으로 저 녀석 땜에 엥간히 귀찮고 재밌어질 것 같다고 생각을 하며 헬로키티 밴드가 떨어지지 않게 세게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