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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비니킷떼 3

Amiaa 2022. 9. 30. 03:10



面白いね。


믾필



https://youtu.be/XrUCyu2GuwQ




필릭스는 환골탈태를 한 이후로도 블루클럽에 들러 민호의 가위손 조니뎁 뺨치는 현란한 가위질을 가만히 보다가 사나쨩 한테 다이아몬드 모양 박하사탕도 얻어먹었다.



요즘 필릭스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임신한 아키쨩의 건강, 그리고 산후조리. 민호와 함께 아키쨩의 순산과 산후조리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민호는 관련 서적도 찾아봤으나 일본에 몇 년 째 체류 중인데도 불구하고 한자를 못 읽어서 포기했다. 주변 지인(그래봤자 2명)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안타깝게도 한자 8급 겨우 딴 창빈은 무리라고 했고 황현진은 실연의 아픔에 허덕이며 별 개지랄 난리 부르스를 떠는 바람에 결론적으로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햇빛이 직방으로 내리 쬐는 오후 2시. 민호와 필릭스는 점심으로 서창빈네 식당에서 오꼬노미야끼를 조지고 메이지진구마에역 앞 벤치에 나란히 앉아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었다. 아키쨩의 상태 보고를 하고 정보를 나눴다. 둘은 새벽마다 교대하며 아키쨩의 컨디션을 두고 봤다. 늦여름이라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필릭스와 민호의 상한 머리에선 나란히 빛이 났다. 멀리서 보면 오렌지 찹쌀떡 같은 모양새였다.



창빈이네 식당에서 꽁쳐온 산토리 하리볼을 무릎 사이에 넣고 가리가리 아이스크리무를 쪽쪽 빨던 필릭스에게 하겐다즈를 열심히 퍼먹던 민호가 물었다.



넌 어디 사냐

네?

어디서 사냐고. 어디서 먹고 자냐고.



필릭스는 입에 넣었던 가리가리를 빼고 잠시 고민하더니 산뜻하게 말했다.



제가 일하는 bar에서.

뭐? 그 공기도 안 통하는 지하에서?

넹.



필릭스가 일하는 바는 하라주쿠 일대에서 구리기로 유명한 곳이라 손님도 별로 없었다. 위생 상태도 엉망이고 서비스도 구리고 무엇보다 일하는 호빠놈들이 하나같이 짭아라시 지하돌 같이 생긴 놈들이라 면상이 잔뜩 곪아있었으니 날파리가 날릴만도 했다. 차라리 서창빈이 만든 실패한 오코노미야끼 반죽이 더 잘생겼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 좁아터진 지하실에서 숙식을 해결했다니. 그럼 건강하게 자연사 못하잖아. 어느 날 갑자기 돌연사 해도 이상하지 않겠다. 자연사 집착광 민호는 화딱지가 났다. 얘 돈은 제대로 받고 있는 걸까.



그래서 가끔, 숨이 막힐 땐 밖에서 자요.

허 , 진짜 겁대가리를 상실했네.

여름엔 모기 땜에 힘들지만 귀뚜라미 소리 좋아요



하며 헤벌쭉 웃으며 가리가리를 먹는 필릭스 때문에 민호는 속이 터졌다. 쓸데 없이 긍정적이군. 그래. 지 인생인데 지가 알아서 하겠지.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다. 머리론 분명 그렇게 생각이 드는데 말이지. 민호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야, 오늘 우리 집에서 아키쨩 집 마저 만들어.

오, 너무 좋아요

저번에 나베요리 먹고 싶댔지? 그것도 해줄게.

아니키는 너무 야사시이해요.





그니깐





그니깐 짐 다 싸가지고 거기서 나와 (씨발).





***





필릭스가 숙식을 해결하는 바는 타케시타도리의 오래된 빠칭코 가게 사이 한 구석에 쳐박혀 있어서 존재감이 더럽게 없었다. 블루클럽은 지하실인데도 불구하고 위생관념 철저한 사나쨩 덕에 꽤나 깔끔한 외관을 유지하곤 했는데, 필릭스의 일터는 곳곳에 쓰레기가 흩뿌려져 있었고 기름 썩은 내가 진동했다. 사나쨩이 봤으면 뒷목을 잡았을 거다. 필릭스는 잠시만 기다리라며 땅굴 같은 지하실 계단을 총총 내려갔다. 민호는 열악한 환경에 탄식하며 레자 바지 주머니에서 막대사탕을 꺼냈다. 여름이라 사탕이 녹아서 찐득했다. 아놔 시발. 이러면 도라이크리닝 해야 되는데 좆 됐네. 시발거리며 녹은 사탕 땜에 조금 달콤해진 궁둥이를 살피는데 갑자기 시야가 어둑해지는 것이었다. 엥? 하고 고개를 드니



“오이~ 히사시부리네? (대충 오랜만이네 썅럼아란 뜻)”



아 씨발 저 웬투머니나 짭쟈니스들 각설이처럼 죽지도 않고 또 왔네 ..... 저 오뚜기 같은 새끼들. 일주일 전에 필릭스를 괴롭히던 하라주쿠 썀빵 일진들이었다. 불어터진 욘사마 같은 머리가 여전히 구리다. 니네들 낮에 보니 더 좆같이 생겼구나.



“그려.... 오랜만이네. 어우 씨발 난데스까 이번엔”



이번엔 이번엔 근데 ..... 10명이네. 뒤에 각목 든 놈이랑 면도칼 씹는 새끼들이 일제히 민호를 둘러 싼 채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민호는 다리 힘이 풀릴 거 간신히 참고 생각했다.



아썅 하하 씨발 미노상 좆됐스네.



이번엔 혼또니 좆됐스네.









***









순식간에 하라주쿠 일짱들에게 둘러싸인 불쌍한 민호는 짧은 시간동안 생존을 위해 주황머리 짱구를 계속해서 굴렸다. 각목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부터 가래침 뱉는 소리부터 쫙쫙 껌 씹는 소리까지 매체에서 보던 공고일짱 같은 천박한 소리가 귓가에 작렬했다. 나도 공고를 나왔지만 걍 그저 개찐따처럼 납땜만 했었지...



사면초가가 된 민호는 마른세수를 했다. 시발 이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하지? 우두머리로 보이는 웬투머니나 일짱이 면도칼을 민호 발 밑에 뱉었다. 민호가 왐마야! 하며 물러서자 s극을 당기는 n극처럼 가까워져갔다. 주머니에서 가위라도 꺼내려고 손을 넣었다. 하지만 모처럼 휴무인 날에 가위를 비롯한 미용도구를 다 두고 온 민호의 주머니엔 아까 로손에서 아이스크림 사고 받은 영수증만 잡혔다. 여러모로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공포에 질린 민호는 주머니를 가리키며 비장하게 말했다.



“와.. 와타시 “

“?”

“캐쉬 이빠이.”



돈이라도 주면 좀 봐주지 않을까 싶어 지갑을 꺼내 현금을 털었는데 구멍 뚫린 은색 50엔 몇 개랑 금색 5엔짜리들, 그리고 조금 찢어진 1000엔이 떨어졌다. 노구치 히데오 아저씨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초연해보였다.



“하하 캐쉬.... 끝....”

“......”

“......”

“......”

“살려주세요 씨발 .....”



건강하게 자연사 하고 싶었는데 피떡이 되도록 처맞고 메이지 신궁 까마귀밥이나 될 자신의 운명이 기구했다. 타지에서 객사로 인생 오와리하겠구나. 내일 출근해야하는데 사나쨩, 무단결근 존나 미안합니다. 저 월급 좀 진작 올려주시지 그랬어요. 그리고 대곶에 계시는 어무니 아부지 할무니. 일본에서 돈 좀 벌어보겠다고 괜히 개지랄 떨어서 죄송합니다. 불효자는 먼저 갑니다. 그리고 창빈아 니 돼지 같다고 놀려서 미안하다. 그리고 황현진.. 씨발 너한텐 미안한 게 없는데 개새끼야. 맨날 화장품 꽁쳐가고 우리 집에서 자살소동 벌이고. 진짜 크리넥스 티슈 물리고 개 패듯 팼어야했는데.



“헐 민호형 거기서 뭐해??”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익숙한 비모50 스쿠터를 탄 현진이 이쪽으로 돌진했다. 하라주쿠 일짱 몇 명이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형 이 사람들은 뭐야? 형 새 친구들이셔? 곤니치와!”

“야 이 미친새끼야. 넌 대가리가 무슨 화훼단지니? 타샤투더가 니 대가리 존나 좋아하겠네. 지금 상황파악이 안 돼?”

“헐”



현진이 주변을 둘러보자 하라주쿠 양아치들이 비웃으며 일본 욕과 함께 현진의 발밑에다 침을 뱉었다. 너무 뒤늦게 상황파악이 되어버린 현진이 민호의 레자바지를 끌어당겼다.



“형 올라타!”

“미친놈아 이 쥐좆 만한 스쿠터에 어떻게 타!”

“괜찮아 이거 존나 튼튼,”



그리고 무슨 만화처럼 쉬익 소리가 나며 바람이 빠지는 소리가 나더라.



“한데 하하 왜 이러지. 하하 “

“뭘 쪼개고 있지?”

“웃을 수 있을 때 많이 웃으라고 언제 쌉칠지 모르는 게 기분이라고 형이 그랬잖아! 하하!”

“썅럼아 그 말은 이런 상황에서 쓰는 게 아니야! 어쩔 건데!”

“어쩌긴 뭘 어째! 난 형 때문에 좆 돼서 이제 콘돔만 처입고 다녀야해!”

“이게 왜 내 탓이야!”

“몰라 엉엉 나 처맞기 싫은데 엉엉.”

“(일본어) 난다 코노야로 니네 다 뒤졌다. 각목 들어.”



겁먹은 현진이 큰 소리로 울자 한 일짱이 못이 박힌 각목을 휘둘렀다. 현진이 민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민호는 필사적으로 현진을 밀어냈다. 그리고 필릭스를 생각했다. 필릭스가 조금 늦게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가오 떨어지는 찐따찌질이버러지거지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갑자기 우르르 뭔가 쏟아지는 소리가 났다. 모두의 시선이 뒤로 향했다. 그리고 진짜 거짓말처럼. 쏟아진 상자와 놀란 눈의 필릭스가 있었다. 민호가 눈으로 소리쳤다. 야 도망쳐 시발!







그때였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공기를 갈랐고 모두가 움츠렸다. 필릭스가 서창빈네 가게에서 꽁쳐온 산토리 하이볼을 무릎으로 깼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이볼의 알싸한 향이 진동했고, 필릭스의 무릎에선 피가 났다. 모두가 놀라서 입을 벌리고 있자. 필릭스는 지그재그 모양으로 날카롭게 깨진 병을 휘두르며 다가왔다. 민호가 탈색해준 은발 병지와 깨진 하이볼 산토리 병, 그리고 필릭스의 눈에서 빛이 났다. 아주 침착하고 정직하게 휘두르는 모양새에 10명의 웬투머니나들이 고개를 숙이며 비명을 질렀다. 하나 둘씩 니게로! 니게로! 미친놈이다! 하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민호와 현진과 필릭스만 남은 거리가 고요했다. 현진이 훌쩍거리며 달달 떨었다.



“아 쫌 심했나.....”



필릭스는 중얼거리다가 울상을 지으며 산토리 하이볼 병을 저편으로 던지고 민호에게 달려갔다.



“ㅠㅠ 아니키 괜찮아요?”

“어..... 어.”

“진짜 무서웠어요.”

나는 니가 더 무서운데. 어린 아기가 제법 당돌하고 겁도 없이 .... 야 너 위험할 뻔했잖아. 아니키 미안해요. 민호는 피 나는 필릭스의 무릎을 소매로 벅벅 닦아줬다. 필릭스는 간지럽다며 깔깔 웃었다. 현진만이 상황파악 안 된다는 눈으로 둘을 지켜봤다.



민호가 현진에게 말했다.



“오늘은 집 오지마라.”

“너무행...”

“스쿠터 해체쇼 하고 싶으면 오덩가.”

“죄송합니다.”



현진은 필릭스와 인사를 하고 바람 빠진 스쿠터를 질질 끌며 돌아갔다. 필릭스는 현진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팔랑팔랑 흔들었다. 민호는 필릭스가 깬 병의 파편을 주워 담아 버렸다. 혹시나 길고양이들이 밟을까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









찢어진 상자 안에 담긴 필릭스의 짐은 너무도 단촐 했다. 옷가지 몇 개랑 인형 몇 개가 다였다. 인형은 대체 왜 있는 거지? 민호가 유심히 바라보자 필릭스는 요요기역 근처 SEGA 오락실에서 뽑은 것들이라며 자랑했다. 그걸 떨어질 듯 한아름 안고 있길래 민호는 주머니에 있던 보자기를 꺼내 필릭스의 짐을 차곡차곡 쌓았다. 보따리를 꽉 묶자 필릭스가 마치 화과자 같다며 손뼉을 쳤다.



민호는 물욕이 없었다. 물건이 별로 없어 필릭스의 짐만큼 초라하기 그지없는 인테리어에 좁아터진 다다미방이 다인 집이었다. 필릭스는 가져온 토토로 인형과 이름 모를 오리캐릭터, 하츠네미쿠 쿠션으로 민호의 방 구석구석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정말 취향이 구렸고 촌스러웠다.



필릭스를 앉혀놓고 피 딱지가 된 무릎을 물수건으로 닦았다. 너무 간지럽다며 뒤로 넘어가는 필릭스에게 이게 웃을 일이냐며 머리를 쥐어박자 더 바보 같이 웃는 모양새에 한숨이 절로 났다. 구급상자를 꺼내 소독을 하고 밴드를 붙였다. 필릭스가 밴드모양이 재미없다며 투덜거렸다.



“재밌는 밴드가 대체 뭔데.”

“이런 거."



하며 민호 턱에 붙은 오래된 헬로키티 밴드를 살살 만졌다.



“아직 안 뗐네요.”



필릭스는 또 주머니에서 밴드를 꺼내 원래 있던 걸 떼고 다시 붙였다.



“밴드 오래된 거 계속 붙이면 안 좋아요.”



민호는 실실거리며 웃는 필릭스를 가만히 보다가 바닥에 굴러다니던 네임펜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필릭스의 무릎에 붙은 밴드에다 직직 뭔 갈 그리기 시작했다.



“이젠 재밌지?”





^•ﻌ•^





그려진 고양이를 보고 필릭스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필릭스는 민호가 그린 고양이가 웃기게 생겼다며 신나했다. 민호는 귀가 뜨거워져서 부엌으로 가 나베 냄비를 꺼냈다. 곰팡이가 잔뜩 껴있었다. 그래서 걍 갖다 버리고 창빈이 집에서 꽁쳐온 신라면 2봉지를 꺼내서 양은 냄비에 담았다. 좁은 8평짜리 집은 곧 라면 냄새로 가득해졌다.



필릭스는 좋은 냄새가 난다며 기뻐했다.



“정말 맛있어요. 이 국물은 진심으로 하늘이에요.”



사발을 들이킨 필릭스가 노가다 십장바이브로 감탄을 내뱉으며 말했다. 민호의 정성이 담겨 따뜻하고 맛있다는 말을 덧붙였는데, 민호는 그게 너무 어이가 아리마셍이었다. 그냥 10분 투자하고 수프만 넣은 건데. 약속했던 나베찌개도 못 만들었는데. 필릭스가 이럴 때마다 마음이 이상하다. 그냥 불쌍하고 짜증나고. 얘는 왜 이렇게 사소한 거에 고마워하고 쉽게 감동 받고. 진짜 이상하고 바보 같고 착하고.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이고. 대체 넌 내가 모르던 세월동안 어떻게 살아 왔길래.



“곧 장마철이라 걱정이에요.”



난 너랑 니 무릎이 더 걱정인데 팔자 좋게 날씨 걱정이나 하고 앉았고. 그리고 저게 본인이 비 맞을까봐 하는 걱정이 아니라 고양이 걱정하는 거라는 게 참.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야”

“네 아니키”

“앞으로 그런 짓 하지 마.”

“어떤 거요?”

“무릎으로 병 작살내는 짓.”

“알겠어요.”

“너는 진짜,”



근데 또 뭐라고 말하려고 하다가 저렇게, 갓 태어난 고양이 같은 눈으로 뚫어지게 저를 쳐다봐서, 민호는 정말 짜증이 났다. 근데 이게 화를 내고 싶은 그런 짜증이 아니어서 더 짜증났다.



그래서 그냥 챙겨놨던 사과박스 가져와서 신문지나 마저 뜯었다. 그것도 모르고 필릭스는 낙엽처럼 쌓인 신문지 조각들을 누르며 푹신푹신하당 하며 즐거워했다.







***







아키쨩이 산후조리할 보금자리를 만들고 민호와 필릭스는 이부자리를 펴고 누웠다. 필릭스는 민호의 싸구려 극세사 이불이 푹신하다며 좋아했다. 황현진이 촉감 구리다고 존나 욕했던 이불이었다. 민호가 머쓱해져서 말했다.



“월급 들어오면 이불 나중에 하나 사줄게.”

“이거 좋은 데요 나는”

“아냐 이거 안 좋은 거야.”

“좋은 데요”

“안 좋은 거라고.”

“나는 이불을 덮고 자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요.”

“뭐?”



너 대체 어떻게 사는 거니. 그러자 필릭스는 주절주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민호는 뒷목을 잡았다. 아 이런 시발. 숙식제공 무료로 받는 대신 이불도 없는 소파에서 새우잠 자고, 매일 남은 오니기리 먹고, 돈도 제때 안 주고 시발 얘가 거지냐. 거지구나. 이거 학대 아니냐? 그것도 모르고 필릭스는 포주에게 감사해하고 있었다. 버려진 자길 거둬줬다는 것이다. 심지어 필릭스는 얼마 받지 않은 돈을 죄다 요요기역 세가 오락실에다 꼬라박고 있었다. 이 미친놈이 너는 미래란 게 없는 거니?



욜로족인 이민호가 이렇게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 민호의 마음은 1도 모른 채 필릭스는 계속해서 조잘조잘 떠들었다.



“나는 못생겨서 나를 찾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어요.”



필릭스는 자신의 은발 머리를 만지며 웃었다.



“근데 미노상을 만나고 내 운명이 달라졌어요! 저보고 잘생기고 예쁘고 귀엽대요. 저를 찾는 누님들도 생겼어요. 누님들이 저보고 에로쇼타라는데 그게 무슨 뜻이에요?”

“그건 .... 몰라도 된다.”

“칭찬인가요?”

“....아마도?”

“다행이네.”



미친 여자들 같으니. 저런 핏덩이 상대로 양심이 있니? 하라주쿤 시발 다들 미쳤어. 또라이 밖에 없어. 민호는 혀를 끌끌 차는 바로 옆 에로 쇼타를 불쌍하게 바라봤다. 선풍기에 흩날리는 은색 머리카락이랑 달빛에 비친 주근깨. 기분이 이상해져서 뒤로 돌았다. 필릭스가 등 뒤로 딱 붙어 왔다. 야 덥다 떨어져라 해도 고개를 민호의 메리야스만 입은 등짝에 딱 붙이며 웃었다.



“아니키는 진짜 야사시이해요.”

“그려 알겠어. 빨리 자.”

“아니키는 혹시 사이비인가요?”

“왜 그 쪽으로 튀지 그게?”

필릭스가 조잘댈 때마다 등으로 입모양이 느껴져 기분이 묘했다.



“그냥요. 나한테 너무 잘해주잖아요. 미노상은 내가 만났던 어른 중에 젤 착해요. 그래서 이상해서요.”



서창빈과 황현진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말이었다. 민호는 존나 어색하고 복잡해져선 이불을 덮었다. 필릭스가 색색거리며 잠에 든 소리를 내었다. 진짜 기분이 이상하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백 번째 하는 것 같은데 이상하다 말고는 이 심정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누가 심장에 파핑캔디라도 푼 느낌이다. 여름공기가 더웠는데 얼굴이 빨개져서 이불을 도저히 내릴 수가 없었다.









***







해가 중천이 됐을 때 눈을 뜨니 민호가 낫또를 비비고 있었다. 민들레 홀씨 같은 머리를 한 필릭스가 부은 눈을 비비며 민호가 차려준 간단한 밥을 먹었다.



“맛 이상해요.”

“그것밖에 없어. 그냥 먹으렴.”

“넹”



언젠가 봤던 티비 프로그램에서 낫또가 완전식품이라는 말을 들었던 게 생각났다. 귀찮아서 안 먹고 쳐박아 뒀었는데 필릭스한테 먹이고 싶어서 꺼냈다. 그냥 건강한 게 먹이고 싶었고 당장은 이게 최선이었다. 처음으로 좋은 식재료 하나 없는 냉장고가 원망스러웠다.



좁은 민호의 방은 채광이 좋았다. 다다미 바닥으로 햇빛이 쨍쨍하게 스며들어왔다. 노랗게 물들여진 다다미 위에 앉아 낫또를 비비는 민호를 보며 필릭스가 말했다.



“아니키 잘생겼어요. 머리가 태양이 키스한 것 같아요.”

“넌 정말 매번 추상적으로 아름다운 표현을 쓰는구나.”

“그런가요? 아니키가 아름답게 생겨서 그런가 봐요.”



아니키를 보고 있으면요, 태양처럼 아름답기 때문에 눈이 자꾸 아니키에게 가요. 너는 정말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네. 민호는 필릭스의 웃음이 해바라기 같다고 생각했다.



“짙은 머리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커피색 같은 거.”

“그런 평범한 색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요? 전 좋은데.”

“그건 순전히 니 취향. 미용사가 머리 너무 평범하면 멋없어. 특히 하라주쿠는 그래. 촌시럽다고 소문나.”

“그렇구나.”





그리고 다음날 민호는 살롱드프로염색약 5번 나츄라루•브라운으로 셀프염색을 했다. 사나쨩이 무슨 바람이 불었냐고 곧 죽니? 라고 하자 민호는 한숨 쉬며 대답했다.



곧 초가을이니깐. 나쁘지 않잖아요.







***





하루종일 비가 쫌쫌따리 오더니 퇴근 시간이 다다르자 비가 억수같이 퍼붓기 시작했다. 현재 민호는 안타깝게도 우산이 없었다. 옛날에 어디선가 사은품으로 받았던 우산을 블루클럽 우산 꽂이에다 쳐박아 뒀었는데 황현진이 돈키로 출근하기 전에 꽁쳐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현진인 한 치의 의심 없이 정말 혼모노 시발새끼구나. 진짜 존나 패고 싶다.



오늘 비오니깐 나가기 전에 우산 챙기라고 필릭스한테 외치고 출근 해놓고선. 웃기게도 본인이 다 젖은 생쥐 꼴로 퇴근하게 생겼다. 민호는 염색용 앞치마를 머리 위에 두르고 블루클럽을 나섰다. 레자바지가 습기에 존나 들러붙어서 불편했다.



셔츠가 비에 젖어서 짙은 무늬 자국을 냈다. 현진을 저주하며 걷던 민호는 어느 순간 비에 젖지 않고 있었다. 뭐지 싶어 고개를 드니 이상한 그림이 그려진 투명한 우산이 비를 막아주고 있었다.



“아니키, 데리러 왔어요.”



뒤를 도니 필릭스가 우산을 파르르 돌리며 웃고 있었다. 민호는 이 비가 너무 싫고 젖어가는 운동화도, 허벅지에 달라붙은 레자바지도 싫은데, 진짜 싫은데, 투명 우산을 들고 자신을 졸졸 따라온 필릭스 때문에 또 두뇌가 정지되는 기분이었다. 멍하게 투명 우산에 그려진 그림들만 가만히 봤다. 민호의 시선에 따라 필릭스도 고개를 들어 손가락으로 그림을 하나하나 가리켰다.



“나를 행복하게 해준 것들이에요.”



그럼 비오는 날 우울하지 않아요. 이것들을 떠올리며 행복할 수 있어요. 그래서 나는 언제나 행복해요. 하며 웃는 필릭스. 우산엔 고양이와 태양과 해바라기, 그리고 가위가 그려져 있었다.

민호는 한국에서 공고 다닐 때 라디오 조립하다 조금 감전된 적이 있었는데 어설픈 가위 그림을 보니 그때 그 기분이 들더라. 민호는 염색가운을 내리고 필릭스의 우산(원래 자기 우산이지만)을 받아 들었다. 필릭스는 새로운 민호의 머리를 보고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아니키는 대머리를 해도 정말 잘생겼을 거예요! 민호는 그냥 개쪽팔리고 개두근거려서 입술만 잘근잘근 씹었다.



뭔 말을 못하겠네.



하라주쿠 담벼락에 핀 해바라기들이 젖어갔다. 비가 차츰 잦아들고 태양이 고개를 내밀자 해바라기들도 차츰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민호와 필릭스의 발자국을 따라 햇빛이 노랗게 남았다.



https://youtu.be/Ak0BvR2TT28